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스포츠]검은 돈 유혹에 한국축구 ‘휘청’

ㆍ승부조작에 불법베팅까지 드러나… 타종목으로 의심의 눈길 확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끝이 보이지 않는다.
K리그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한국축구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통해 불법베팅에 참여한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5월 31일 강원도 평창 한화 휘닉스파크에서 승부조작으로 인한 K리그 위기를 공유하고 재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각 구단 주장들이 직급별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석우 기자


여기에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와 심지어 대학선수들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한국축구가 온통 ‘검은 그림자’에 뒤덮여 있다. 축구와 더불어 4대 국내 프로스포츠인 야구·농구·배구 등 타 종목에까지 의심의 눈빛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에서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K리그 선수 6명과 브로커 2명 등 8명이다. K리그 컵대회인 ‘러시앤캐시컵 2011’에서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미드필더 박모 선수(26) 등 대전 4명과 광주FC 골키퍼 성모 선수(31), 상주 공격수 김동현(27)이다. 또한 이들을 돈으로 매수한 브로커 김모씨(27)와 전 프로축구단 미드필더 김모씨(28)가 구속기소됐다.

전 K리그 선수 유서 남기고 자살여기에 5월 6일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24)이 의문의 자살을 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시간에 전 K리그 선수 정종관(30)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충격에 휩싸였다. 2007년 병역비리 사건으로 전북 현대에서 방출돼 공익근무를 하며 챌린저스리그(K3) 서울 유나이티드에 소속돼 있던 정종관은 “승부조작에 관여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그동안 후배들이 주로 뛰는 컵대회에 한정돼 승부조작 의혹이 터졌지만, 가장 최근인 6월 2일에는 한 언론이 지방의 제3구단 선수 3명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승부조작을 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구단으로 지목된 강원FC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1, 2군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자체조사를 벌였지만 승부조작과 관련한 아무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한국축구계가 온통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K리그 현역선수의 스포츠토토 불법베팅 사실까지 밝혀져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6월 2일 불법베팅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소속팀의 미드필더 김정겸(35)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지금까지 검찰에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 선수들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지만, 김정겸은 승부조작과는 무관하게 배당금을 노리고 직접 베팅에 참여했다.

김정겸은 승부조작으로 구속된 대전의 미드필더 김모 선수(27)로부터 지난 4월 6일 열린 러시앤캐시컵 대전-포항전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제3자를 통해 스포츠토토에 1000만원을 베팅해 200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K리그 선수가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금지돼 있어 김정겸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연맹 대책과 실효성은여기에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와 대학생 선수들도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제외되지만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에 베팅 종목으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프로선수 외에도 한국축구 전반에 ‘검은 유혹’이 뻗치고 있다는 얘기다.  

승부조작 사건의 관리·감독기관인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 비리근절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부정행위를 뿌리뽑고, 예방책을 강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프로연맹은 5월 31일 강원도 평창 한화 휘닉스파크에서 K리그 16개 구단 전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심판 등 1000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부정행위 예방교육과 함께 향후 근절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발표된 수습책은 크게 6가지로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관계자, 심판 등의 자기신고제 도입 ▲상시 내부고발 시스템 및 포상제도 운영 ▲도박 및 부정행위 근절 서약서 제출 ▲구단에 관리책임 부과 ▲정보공유 네트워크 조성 ▲교육 및 면담 강화 등이다.

특히 연맹은 선수들의 부정행위 의혹이 있을 경우 통장거래와 전화통화 내역 등을 스스로 제출하겠다는 서약서를 모든 K리그 종사자들로부터 받았다.
연맹의 이번 대책은 승부조작의 근원을 도려내고자 하는 모든 축구인의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과제도 뒤따른다.

개인정보 열람 등 민감한 부분은 서약서를 쓴 선수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엔 법적으로 한계가 있고, 구단의 관리책임 부분도 사전에 부정행위를 인지했는지를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은 등 모호한 기준이 많다는 지적이다.

승부조작에 대한 위험은 타 종목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승부조작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창원지검에는 대학축구리그를 포함해 다른 종목의 경기까지 수십건의 승부조작 제보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프로야구나 농구는 축구와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3대 프로스포츠이자, 심판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종목이어서 언제든 승부조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불법 사설 스포츠 베팅사이트가 만연해 있고,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처럼 화면을 꾸미고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회원에 가입한 뒤 휴대전화나 사이트에 뜬 계좌로 송금해 충전을 받아 베팅하는 방식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스포츠토토에서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승무패 외에 투수가 1회초에 던지는 초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예상하는 게임이 있고, 프로농구는 첫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팀을 맞히는 방식도 있다. 직접적인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직접 참여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연루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축구뿐만 아니라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 베팅에 악용될 소지가 많은 타 종목도 발빠른 대응과 예방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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